시소와 그네, 미끄럼틀, 모래 등 놀이터에는 놀 것이 많습니다. 그런데 놀이기구들이 많아도 같이 놀 친구가 없으면 심심하지요. 처음 놀이터에 간 아빠는 놀아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는 하나도 못 놀았다고 합니다. 문득 아빠의 머릿속에 잊고 있던 ‘논다는 것’이 스쳐지나갑니다. “실컷 잘 놀았다”는 것은 참 쉽고도 어렵습니다.

집 밖은 위험 투성이입니다. 그렇다고 집안에만 있을 수도 없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만 할 수도 없지요. 스스로 자기 몸을 지키도록 알려주고 경험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 발 떨어져 지켜보는 애정어린 시선도 필요합니다. 이 책의 루루는 아기곰입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기가 위험에 처하게 되었어요. 사냥꾼들이 나타난거죠. 루루의 아빠는 아마도 머릿속이 복잡하게 작동했을 것 같습니다.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었으니까요. 슈퍼맨이 아닌, 아빠가 되는 과정은 녹록치 않습니다.

아이는 친구와 한바탕 말씨름을 벌이던 중에 문득 진정한 무엇인가에 맞닿은 경험을 합니다. 더 크고 더 좋고 더 힘세고 더 멋진 것들은 저 멀리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했지요.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 곳은 꿈에도 잊히지 않는 우리의 어린시절입니다. 그 옆을 묵묵한 노동으로 지켜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책 속에 있네요. 조금씩 철이 드는 순간을 만나는 재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