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재료를 사용했는데 이상하게 맛이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재료는 넣는 순서가 달라서 일까요. 좀 더 센 불을 사용했어야 할까요. 요리사들은 입을 모아 원재료가 좋아야 한다고 합니다. 수박이 쪼개지면서 내는 소리 하나로 잘 익은 정도를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소리와 맛의 연결고리를 잘 알면 최고의 맛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중 최고는 맛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달콤한 목소리죠. 기꺼이 속아 넘어가 줄 용의가 있습니다. 사랑은 그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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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의 줄무늬가 ‘쭉’, 뿌리를 ‘쭉’, 넝쿨이 ‘쭉’, 수박의 단물을 ‘쭉’ 빨아먹어요. 다르지만 맛있어지는 소리이자 모양입니다. 잘익은 수박이 쪼개지면 ‘쩍’, 그 모습을 보고 입이 ‘쩍’. 말놀이면서 격하게 공감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수박하나를 먹더라도 천천히 맛을 음미해보세요. ‘척’, ‘쩝’, ‘짝’, ‘쫙’ 같은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어요. 수박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랍니다.
하얀색은 맛이 없어보이긴 합니다. 우유만 찾는 아이도 있고 우유를 싫어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억지로 먹는 것이 아니라 ‘조금 맛만 볼까’라는 맘을 먹게 할 수 있을까요.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것과 유사한 방법으로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럴때는 한 두 살 위의 인생선배가 딱입니다. 놀이로 친근해지고 선배의 시범이 마음을 열게 하죠. 우유가 아니라 사랑입니다.
바구니의 사과를 마지막 한 알까지 맛있게 먹는 법은 매번 가장 맛있어 보이는 사과를 먹는 것이라고 하죠. 사과나무 과수원에 가면 곤충 먼저 맛을 본 사과가 맛있는 사과라고 합니다. 사람이나 곤충이나 각자의 방법으로 쪼개먹고 갉아먹고 베어먹습니다. 먹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소리가 납니다. 모두 맛있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사각사각, 와작와작, 아사삭 하는 소리가 나면 벌써 군침이 돌고 맛있습니다.